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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국 정부 패착에 대박 났던 존 템플턴

2017.12.12 07:53

leekyoo 조회 수:3132

20년 전인 1997년 초, 김영삼 정부의 경제팀은 환율정책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었다. 청와대 경제수석은 저환율 정책을 지지했다. 원·달러 환율이 낮아야 '국민소득 1만달러'의 대통령 업적을 지킬 수 있었다. 환율이 올라가면 달러로 계산한 국민소득이 다시 1만달러 이하로 떨어진다.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은 반대했다. 전년에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237억달러)가 난 상황에서 저환율 정책은 수출 기업 경쟁력과 경상수지 적자를 악화시킨다고 주장했다. 둘 간의 힘겨루기는 대통령을 등에 업은 경제수석의 승리로 끝났다.

그 몇 년 전부터 중국과 일본은 고환율 정책을 취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청와대는 수출 기업들이 정부의 '환율 지원'에 의존하지 말고 생산성을 10% 높여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내실이 생각만큼 강하지 못했다. 수출 경쟁력은 악화됐다. 결국 1997년, 대기업들의 연쇄 도산을 시작으로 한국 경제는 외환 위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환율 정책의 실패와 기업 체력에 대한 오판은 외환 위기의 제1 원인이었다.

당시 지구 반대편, 미국 플로리다와 쿠바의 중간쯤에 있는 바하마에서 한국 외환 정책의 패착을 유심히 관찰하던 사람이 있었다. 월스트리트의 전설적 투자자인 존 템플턴(1912~2008)이었다. 그는 대공황(1929~1939) 당시 주가가 1달러 이하로 폭락한 '헐값 주식'을 사들였는데, 2차대전 군수산업 호황으로 주가가 급등해 큰돈을 벌었다. 최초로 '글로벌 투자' 개념을 확립하고, 1960년대에 일본 주식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템플턴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서는 저력을 보여준 한국 경제를 일본에 버금갈 정도라며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외환 위기가 왔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앞다퉈 돈을 챙겨 한국 시장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템플턴은 한국이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바로 그 시점에 수백만달러를 투자하기 시작했다. 개별 주식 매입 대신 '코리아 펀드'에 가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일부 기업이 망가지는 와중에도 한국인과 한국 경제 전체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이 수년 내에 역동성을 가진 경제로 회복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 믿음 덕에 2년 만에 267%의 수익률을 올렸다.

템플턴은 7년 뒤인 2004년 8월에도 한국 주식을 샀다. 전해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이 '재벌 개혁'을 정책 기조로 외치면서 한국 기업들이 저평가돼 있을 때였다. 템플턴은 기아차가 미국 자동차 회사인 GM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92세 나이에 5000만달러(546억원)를 투자했다. 이후 주가는 정책 기조 및 경영 환경의 변화에 힘입어 1년 4개월 만에 174%나 상승했다.

템플턴은 한국 정부가 잘못할 때마다 투자해 성공했다. 놀라운 투자 기법은 배울 만하다. 그러나 그의 성공은 한국인에게는 사뭇 다른 메시지를 던진다. 한국 정부의 정책 실패는 극복 과정에서 한국인과 한국 기업에 엄청난 고통과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왜 한국 정부는 한국인들의 땀과 눈물의 결실을 외국인에게 돌아가게 할까.

한 해를 넘기는 한국 경제에 온기가 조금씩 돌고 있다. IMF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3.0%에서 3.2%로 올려 잡았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0년간 눌렸던 세계경제가 다시 튀어 오른 덕이다. 이 호재에 무임승차한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 주도 성장' '최저임금 인상' '노조 활성화' '공공부문 확대'를 외쳤다. 검증이 안 됐거나 부작용이 더 크다는 반발에 맞서 정권 초기의 힘과 여론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정책 허점들은 글로벌 호황의 물결 아래 일단 묻혀 있다. '내년 국민소득 3만달러'라는 성급한 전망은 환상을 일으킨다. 템플턴이 살아 있다면 한국 정책의 허점들을 꿰뚫어보며 때를 다시 노리고 있지 않을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11/20171211030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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