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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韓非)는 한(韓)의 여러 공자들 중 한 사람이었다. 형명과 법가 학술을 좋아했으나 그 근본은 황로로 귀착된다. 한비는 사람이 말을 더듬어서 말은 못했지만 글은 잘 썼다. 이사(李斯)와 함께 순경(荀卿)을 스승으로 모셨는데, 이사는 스스로 한비만 못하다고 여겼다.

한비는 한이 쇠약해지는 것을 보고 여러 차례 글을 올려 한왕에게 직언했으나 한왕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한비는 나라를 다스림에 법제를 분명히 하고 권세를 쥐고 신하들을 통제하여 부국강병을 이루기 위해 유능한 인재를 구하는 데는 힘을 쏟지 않고 반대로 아무 짝에 쓸모없는 벌레 같은 자들을 천거하여 공이 있고 쓸모있는 인재들 위에 갖다 놓는 것을 가슴 아파했다. 유학자는 문으로 법을 어지럽히고, 협객은 무로 법을 어긴다고 여겼다. 또 편안할 때는 명예를 좇는 자들을 총애하고, 급해지면 갑옷 입고 투구 쓴 무사를 찾는다고 보았다. 지금 기르는 자들은 쓸 데가 없고 쓸모 있는 사람은 기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에 깨끗하고 정직한 사람이 사악하고 삐뚤어진 신하 때문에 용납되지 못함을 슬퍼하면서, 지난 일의 득실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살펴서 「고분(孤憤)」, 「오두(五?)」, 「내외저(內外儲)」, 「세림(說林)」, 「세난(說難)」 등 10여만 자의 글을 지었다.

그런데 한비는 유세(遊說)의 어려움을 잘 알아 「세난」에다 상세히 써놓았음에도 결국 진(秦)에서 죽었으니 정작 그 자신은 피하지 못한 것이다. 「세난」은 이렇게 말한다.

“무릇 유세의 어려움이란 내가 아는 것으로 설득하는 어려움이 아니다. 또 내 말재주로 내 뜻을 분명히 밝힐 수 있느냐 없느냐의 어려움도 아니다. 또 내가 감히 자유자재로 그 이치를 다 풀어낼 수 있느냐 하는 어려움도 아니다. 무릇 유세의 어려움은 유세 대상자의 마음을 알아 내 말을 그에 맞출 수 있느냐에 있다. 유세 대상은 높은 명성을 추구하는 데 큰 이익으로 유세한다면 지조가 떨어진다고 여겨 천시하고 멀리 버림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 유세 대상은 큰 이익을 바라는데 높은 명성으로 유세한다면 생각이 없고 세상 물정과는 동떨어져있다고 여겨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뻔하다. 유세 대상은 큰 이익을 바라면서도 높은 명성을 내세우는데 높은 명성으로만 유세한다면 겉으로는 받아들이는 척하면 실제로는 멀리할 것이다. 또 큰 이익으로 유세한다면 속으로는 그 말을 받아들이지만 겉으로는 내칠 것이다. 이런 점을 몰라서는 안 된다.”

“무릇 일이란 은밀해야 성사되는 것인데 말이 새어나감으로써 실패한다. 딱히 (유세가) 자신이 발설해서가 아니라 말 중에 유세 대상이 숨기고자 하는 일을 건드리게 되면 그 몸이 위태로워지는 것이다. 귀하신 몸께서 잘못을 했는데 유세하는 자가 그 잘잘못을 바로 밝히거나 좋은 말로 따져도 그 몸이 위태로워진다. 친분이 깊지 않고 관계도 친밀하지 않은데 알고 있는 모든 걸 다 말해 버리면 유세가 받아들여져 성공한다 해도 그 덕은 잊혀지고, 유세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실패하면 의심을 사게 되어 역시 몸이 위태로워진다. 또 귀하신 몸께서 계책을 내어 자신의 공으로 삼으려고 하는데 유세하는 자가 그것을 알아버리면 몸이 위태로워진다. 그가 겉으로는 어떤 일을 하는 척하면서 자신은 다른 목적을 이루려 하는데 유세하는 자가 그것을 알아채면 몸이 위태로워진다. 꼭 하고 싶은 것을 억지로 못하게 하거나 더 이상 멈출 수 없는 것을 멈추게 해도 몸이 위태로워진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군주와) 그 대신에 관해 (그 단점을) 논의하면 자신을 이간질한다고 여기고, 작은 벼슬에 있는 자에 관해 (그 장점을) 논의하면 권력을 이용하여 뇌물을 받았다고 여긴다. 그가 총애하는 자를 언급하면 그를 이용한다고 여긴다. 그가 미워하는 자를 말하면 자기를 떠보는 것으로 여긴다. 그 말이 간략하면 아는 것이 없다고 무시하고, 말이 넘치고 장황하면 말이 많고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일에 맞추어 그 뜻을 부연하면 겁이 많아 말을 다 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며, 일을 키워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버리면 거칠고 오만하다고 여길 것이다. 이런 것들이 유세의 어려움이니 알지 않으면 안 된다.”

“무릇 유세에서 힘써야 할 점은 유세 대상의 자부심은 꾸며 주고 그 약점은 덮어줄 줄 아는데 있다. 저가 자신의 계책을 대단하다고 여기고 있는데 그 실패를 들추어 궁지에 몰아서는 안 된다. 스스로 용기와 결단력이 있다고 여기는데 그 잘못을 들추어내서 화나게 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능력이 있다고 우쭐거리고 있는데 어려운 문제를 들이밀어서 꺾어버리면 안 된다. 계획한 일이 같으면 다른 사람이 한 일과 같다고 칭찬하되, (그 사람과 같은 잘못을 범했더라도) (자신의 관점을 감추어) 상처가 없도록 해야 한다. 누군가와 같은 실수를 했더라도 겉으로는 실수가 없다고 가려주어야 한다. 충성심으로 군주에 맞서지 않으며, 말로 공격하지 않아야 나중에라도 자신의 말과 지혜를 펼칠 수 있다. 이것이 가까워져 의심받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다 펼칠 수 있는 방법이다. 시간이 오래 지나 두루 서로의 감정이 편해져서 중대한 일을 계획해도 의심 받지 않고, 서로 다투어도 죄를 묻지 않게 되어 이해를 분명하게 따져 공을 세우게 하고 시비를 바로 지적하여 자신을 단속하게 만들어도 서로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때, 그 유세는 성공한 것이다.”

“이윤(伊尹)은 요리사였고 백리해(百里奚)는 포로였지만 그들은 그 신분으로 군주를 만났다. 따라서 그 두 사람은 모두 성인이었지만 몸을 굽혀 자리를 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이런 비굴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송(宋)나라에 부자가 있었다. 비가 와서 담장이 무너졌다. 그 아들이 ‘ (담장을) 쌓지 않으면 도둑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이웃집 사람도 같은 말을 했다. 날이 저물었고, 아니나 다를까 재물을 많이 잃었다. 그 집에서는 아들은 똑똑하다고 하면서도 이웃집 사람은 의심했다. 예전에 정(鄭)나라 무공(武公)이 호(胡)를 정벌하려고 자기 자식을 호의 아내로 삼게 했다. 그리고는 신하들에게 ‘내가 군대를 동원하려는데 누구를 정벌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관기사(關其思)가 ‘호라면 토벌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자 바로 관기사를 죽이면서 ‘호는 형제의 나라다. 네가 어찌 형제를 토벌하자고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했다. 호의 군주가 이를 듣고는 정나라가 자신과 친하다고 생각하여 정나라를 방비하지 않았다. 정나라가 호를 습격하여 취했다. 이 두 사람의 말은 모두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심하게는 죽임을 당하고 가볍게는 의심을 샀다. 안다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어떻게 하느냐가 어려운 것이다.”

“예전에 미자하(彌子瑕)가 위(衛)나라 군주의 사랑을 받았다. 위나라 법에 군주가 타는 수레를 몰래 타는 자는 발을 자르는 월형(?刑)에 처했다. 한 번은 미자하의 어머니가 병이 났다. 누군가 이를 듣고는 밤에 미자하에게 알렸다. 미자하는 군주의 명이라 속이고 군주의 마차를 타고 나갔다. 군주가 이를 듣고도 ‘효성스럽구나! 어머니를 위해 월형을 감수하다니’라며 미자하를 어질다고 했다. 군주와 과수원을 거닐다가 미자하가 복숭아를 먹고는 달아서 다 먹지 않고 군주에게 바쳤다. 군주는 ‘나를 사랑하는구나, 자기 입은 생각하지 않고 나를 생각하다니’라고 했다. 미자하의 미모가 시들어 사랑도 식었을 때 군주에게 죄를 지었다. 군주는 ‘전에 속이고 내 마차를 몰고 나갔고, 또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내게 주었지’라고 했다. 미자하의 행동은 처음과 달라진 것이 없는데 전에는 어질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죄를 얻었다. 이는 애증이 변했기 때문이다. 군주에게 사랑을 받을 때는 그 계획이 당연하게 여겨져 더욱 가까워지는 것이고, 군주에게 미움을 받으면 죄를 받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 더욱 멀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유세하는 자는 군주의 애증을 잘 살핀 다음 유세해야만 한다.”

“용은 동물이다. 친해지면 탈 수 있다. 그러나 그 목 줄기 아래로 한 자 가량 거꾸로 난 비늘이 있어 사람이 이곳을 건드리면 반드시 사람을 죽인다. 군주에게도 거꾸로 난 비늘이 있으니 유세하는 자가 군주의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지 않으면 거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가 한비의 책을 진(秦)에 가지고 갔다. 진왕이 「고분」, 「오두」의 글을 보고는 “아! 과인이 이 사람과 사귈 수만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했다. 이사(李斯)가 “이건 한비의 저서입니다.”라고 했다. 진이 이로써 한을 서둘러 공격했다. 한왕이 당초 한비를 기용하지 않다가 급해지자 한비를 진에 사신으로 보냈다. 진왕이 기뻐했지만 한비를 믿고 기용하지는 않았다. 이사와 요고(姚賈)는 한비를 시기하여 이렇게 헐뜯었다.

“한비는 한나라의 공자입니다. 지금 왕께서 제후들을 합병하려 하시는데 한비는 결국은 한나라를 위하지 진나라를 위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인지상정입니다. 지금 왕께서 그를 기용하지도 않으시면서 오래도록 머물게 했다가 돌려보낸다면 이는 스스로 후환을 남기는 일입니다. 잘못을 잡아서 죽이느니만 못합니다.”

진왕은 그렇다고 생각하여 옥리에게 넘겨 한비의 죄를 다스리게 했다. 이사가 사람을 보내 한비에게 독약을 주고는 자살하게 했다. 한비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싶었지만 만날 수 없었다. 진왕이 후회가 되어 사람을 보내 사면시켰으나 한비는 이미 죽은 뒤였다.

신자(신불해)와 한자(한비)는 모두 책을 저술해 후세에 전했고 배우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다만 한자가 「세난」 편을 짓고도 스스로는 재난을 피하지 못한 것이 슬펐다.

<사마천의 논평>
태사공은 이렇게 말한다.

“노자는 도와 허무를 중시하여 억지로 일삼지 말고 변화에 순응하라고 했다. 따라서 그 글이 미묘하여 이해하기 어렵다. 장자는 도덕을 확대하여 분방하게 논의했으나 요지는 자연으로 돌아간다. 신자는 부지런히 명분과 실질을 추구했다. 한자는 먹줄로 일을 재단하고 시비를 밝혔지만 너무 각박하고 베푸는 것이 부족했다. 모두가 도덕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노자가 깊고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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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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