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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사이코패스가 리더가 되면

2016.11.24 06:23

LeeKyoo 조회 수:3671

사이코패스가 리더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떻게 저런 사람이 리더가 된 걸까?’싶은 사람들이 있다. 자기 중심적, 정직함과 거리가 멀고 죄책감도 잘 느끼지 않으며 무자비한 등 “저 사람 혹시 사이코패스 아니야?”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리더들이 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면, ‘사이코패스 성향(psychopathic personality 또는 psychopathy)’라고 하면 흔히들 연쇄 살인마나 무서운 범죄 등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이는 사이코패스 성향의 ‘극단적인’ 경우이고 외향성 등 잘 알려진 성격특성과 같이 사이코패스 성향도 낮은 사람들부터 중간, 그리고 높은 사람들까지 일반적인 성격특성같은 분포를 보인다고 한다.

이 중 이 성격 특성이 반사회적 행동이나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임상적인 케이스로 구분되지만, 사이코패스 성향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널리 나타난다. 일례로 사업가, 정치인, 법조인 등 전문가 그룹에서 이런 성격 특성이 어떤 행동 및 성과와 관련을 보이는지에 대한 연구들이 있었다.

사이코패스 성향은 위에서 언급한 죄책감이 없고 무자비한 성향들에 더해 두려움이 없음, 우월한 위치를 추구함(social dominance), 불안함도 잘 느끼지 않음 등의 여러가지 하위 특성들로 이루어져 있다.
 

●사이코패스 성향이 대통령이 되면?
 
그런데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심리학자 릴리엔펠드(Lilienfeld)와 동료들은 다음과 같은 연구를 했다. 121명의 역사학자, 저널리스트, 전기 작가 등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지 부시(George W. Bush)까지 42명의 미국 대통령들의 다양한 성격특성(외향성, 성실성, 원만성, 개방성, 신경증 등의 일반적인 성격특성들과 지배성, 두려움이 없음, 충동성, 반사회성 등 사이코패스 성향과 관련된 성격특성들)과 전반적인 업무수행능력을 평가하도록 했다.

대통령의 성과에 있어 학자들의 평가 외에도 ‘탄핵’ 시도가 있었는지, 새로 시행한 정책들의 수, 국제적 위신, 부하들의 비윤리적 행동 등 객관적 지표 또한 함께 분석에 포함되었다.

그 결과 대통령의 성격특성 중 두려움이 없고 지배성이 높은, 소위 ‘배짱 좋은’ 특성들은 리더십, 설득력, 위기관리능력, 의회와의 관계 등과 긍정적인 상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성격 특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대통령들이 그렇지 않은 대통령들에 비해 대체로 업무 수행을 잘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두려움이 없고 거침 없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은 대통령들은 그렇지 않은 대통령들에 비해 객관적 지표에 있어서도 새로 시행한 정책의 수도 더 많았고, 해외로부터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적 측면 vs 반사회적 측면

연구자들은 사이코패스 성향을 크게 ‘정서적 측면(죄책감이나 두려움이 없는)’과 ‘반사회적 측면(충동적이고 무자비한)’으로 나누었다. 이 중 정서적 측면은 사이코 패스 성향이 높은 사람들이 강한 추진력이나 카리스마가 필요한 특정 직업군에서 성공할 수 있게끔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비해 반사회적 측면은 사람들의 신뢰를 잃고 팀플레이를 망치는 등 부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대통령들의 경우에서는 대담한 정서적 측면만 성과를 잘 예측했다. 충동적이고 반사회적인 성향은 성과와 별다른 상관을 보이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반사회적인 측면은 무엇보다 ‘탄핵’ 시도가 얼마나 있었는지와 강하게 관련을 보였다. 무자비하고 반사회적 성향이 높았던 대통령이 그렇지 않은 대통령에 비해 탄핵에 자주 시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가지 주목할만한 결과는 대통령의 반사회적 성격이 부하들의 비윤리적 행동과도 상관을 보였다는 점이다. 참고로 이런 결과는 대통령의 다른 일반적인 성격 특성, 지적 능력, 권력에의 욕구 등과 상관 없이 나타났다.
 
●반사회적 특성이 있을때, 부정부패 많아

흥미로운 결과이지만 연구자들도 지적한 바, 이 연구에는 분명 많은 한계들이 있다. 대통령들의 성격 특성을 직접 측정할 수 없어서 회상을 통해 타인이 간접적으로 측정했다는 것, 학자들이 했다고는 하지만 그 판단의 객관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 대통령의 어떤 성격특성이 어떤 성과를 예측한다기보다 거꾸로 성과가 좋은 대통령에 대해 거꾸로 카리스마틱한 성격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을 가능성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학자들로 하여금 성격 특성을 평가하도록 할 때 연구의 목적을 알리지 않았고 또 다양한 문항들을 섞어 배치함으로서 특정 성격 특성에 대한 조작이 쉽지 않았다는 점, 객관적인 성과 지표들에서도 일관적인 결과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분명 어느 정도 참고할만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대통령이 충동성과 반사회적 성격 특성이 높을 때 그렇지 않을 때보다 부정부패가 많고 탄핵 시도가 많았다는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많은 듯 보인다.

‘권력’이 사람을 바꾼다기보다 원래 본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뿐이라고 보는 시각들이 있다. 평소에도 도덕적이지 않고 막무가내로 구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가면 갑자기 도덕적이게 될 확률보다는 더 많은 비리와 부정부패를 마구 저지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이라도 리더의 자리에 아무나 앉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참고문헌
Lilienfeld, S. O., Waldman, I. D., Landfield, K., Watts, A. L., Rubenzer, S., & Faschingbauer, T. R. (2012). Fearless dominance and the US presidency: implications of psychopathic personality traits for successful and unsuccessful political leadership.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3, 489-505.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지뇽뇽 심리학 칼럼니스트 imaum021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