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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양도성 4大門만 있다? 4小門도 있다!

2013.10.28 20:44

이규 조회 수:2611

서울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조선시대의 도성(都城)인 한양 도성. 조선 건국 초기 도시를 방어하고 치안을 유지할 목적으로 쌓았기 때문에 여느 산성보다 문이 많다. 도성의 성문이라면 으레 국보 1호 숭례문(崇禮門·남대문)과 보물 1호 흥인지문(興仁之門·동대문) 등 사대문만 떠올리지만, 중요한 보조 역할을 하던 네 개의 소문(小門)도 있었다.

도성 동북 방향에는 홍화문(弘化門·뒤에 혜화문·惠化門으로 고침), 동남에는 광희문(光熙門), 서남은 소덕문(昭德門·뒤에 소의문·昭義門으로 고침), 서북에는 창의문(彰義門)이 있었다. 소의문을 제외하고 모두 남아 사적 10호로 관리되고 있다.

도성 성문의 원형을 보고 싶으면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서 부암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에 있는 창의문으로 가야 한다. 흥인지문은 1869년 새로 고쳐 지었고, 숭례문도 불탔다가 올해 다시 복구되면서 영조 때인 1741년 복구한 창의문이 가장 오래된 성문이 됐다.

창의문은 1396년 세워졌으나 ‘문을 열어 놓으면 왕기가 빠져 나간다’는 풍수사들의 주장에 따라 200년 넘게 문을 걸어 잠갔다. 하지만 이 문은 한 번은 뚫렸고 한 번은 뚫릴 뻔했다. 1623년 인조반정 때 홍제원에 집결한 반정군이 세검정을 거쳐 이 문을 도끼로 부수고 궁내로 진격했다. 지금도 반정공신들의 이름이 현판에 남아 있다. 1968년 1·21사태 때는 무장공비의 청와대 침투가 창의문 인근에서 분쇄됐다. 이때 순직한 최규식 경무관 동상과 정종수 경사 순국비가 남아 있다.

인왕산 자락 청계계곡에서 흐르는 맑은 물이 펼쳐져 세검정과 함께 풍류객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창의문 주변은 지금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1급수 지표종인 도롱뇽이 무리지어 사는 백사실 계곡이 가깝다. 윤동주문학관과 부암동 카페촌 등 볼거리가 많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버스 1020, 7212, 7022번을 타고 ‘자하문고개·윤동주문학관’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동남쪽의 광희문은 청계천(오간수문)·이간수문이 가까워 수구문(水口門)이라 했고, 도성의 장례 행렬이 통과하던 문이어서 시구문(屍口門)으로도 불렸다. 아무리 지독한 병마라도 수많은 원귀에 단련된 수구문에는 못 당할 것이라 하여, 광희문의 돌을 갈아 만든 돌가루가 ‘수구문 돌가루’라는 만병통치약으로 통했다. 일제강점기에 문루가 망가졌다가 1975년 문을 남쪽으로 옮겨 문루와 함께 복구했다. 지하철 2·4·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찾을 수 있다.

혜화문은 원래 홍화문이었으나 창경궁 정문을 홍화문으로 정하자 이름을 고쳤다. 1928년 일제가 문루를 헐어냈고, 1939년에는 돈암동행 전차 선로를 부설하면서 성문마저 철거했다. 1994년 복원된 혜화문은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로 나와 혜화동 방향 고갯길로 오르면 보인다. 도성 내에서 서쪽으로 시체를 내보냈던 소의문은 1914년 일제의 도시계획으로 철거돼 지금은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다만 중구 서소문동에 소의문 터 표석만 남아 있다.

30일까지 열리는 ‘2013 한양 도성 주간’에 참여하면 사대문과 사소문을 비롯한 한양 도성을 만날 수 있다. 28∼30일 오후 6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한양 도성 달빛기행’이 진행된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출발해 돈의문 터∼월암공원∼홍난파 가옥∼국사당 전망대∼황학정∼사직단을 거쳐 사직공원까지 돌아오는 코스다. 서울스토리(www.seoulstory.org)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