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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

해설
  "죄와 벌"은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소설로 작가가 45세에 발표한
작품이다. 살인이라는 사건을 매개로 지식인 청년의 심리를 섬세하게 해부하여 그 당시
지식인들이 가지고 있던 합리주의 공리주의 허무주의에 날카로운 비판을 한
도스토예프스키의 불후의 명작이며 그는 이 작품으로 세계적인 소설가로 명성을
얻었다.
  작가가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때는 1865년으로 언제나 경제적으로 궁핍한 쪼들리는
생활을 했으며 이 때가 경제적으로 가장 고통을 받던 시기였다
  바로 전 해에 아내와 형이 죽었고 그 때까지 형과 함께 경영하던 잡지사가 형의
죽음으로 실패하자 사업을 하면서 지게 된 모든 빚을 그가 짊어지게 되었다. 또한 형의
유가족의 생활까지 도맡게 되었다.
  막대한 빚을 갚지 못하자 빚쟁이들은 그를 감옥에 집어넣겠다고 위협했다. 그러한
고통스러운 환경 속에서 고심 끝에 완성한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발표된 당시 진보적 청년들에게 조국의 급진적인 개혁 운동을 조소하고 앞에 나선
젊은 사람들의 열정적인 활동을 모독하고 헐뜯은 작품이라고 하여 맹렬한 비판을
받았다. 그것은 작품의 인물 라스콜리니코프와 같은 유형을 통하여 당시의 사회주의
운동을 풍자했으며 라즈미힌이란 인물의 입을 빌어 사회주의의 기계주의적인
합리주의를 정면으로 공격하였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주제는 추상적 사상에 대한 구체적인 인간성의 대립이라고 볼 수 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허무주의 또는 초인간주의와 하느님의 진리와의 투쟁에 대한
해답으로 "죄와 벌"을 내놓은 것이다
  대학생인 라스콜리니코프는 학자금이 떨어지고 거의 기아 지경에 빠졌다. 그는 작은
하숙 집의 지저분한 구석 방에 처박혀 있었으나 감수성이 예민한 그의 두뇌는 공상적인
이론을 세웠다 허물었다 하다가 마침내 인간을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사람은 기존의 도덕 및 법률에 복종할 의무를 가졌으나
선택된 비범한 사람은 법률을 무시해도 되는 권리를 가졌고 창조를 위해서는 낡은 것을
파괴해도 좋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비범한 사람을 죄인이라고 하지만
그들이 없이 새로운 인류의 도덕은 수립될 수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한 이론으로
자기 자신을 비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그는 무가치한 전당포 노파의 돈을 훔쳐
가치 있는 자신이 쓰는 것이 인류를 위하는 것이라 생각하여 고리 대금업을 하는
노파를 살해하였다
  그러나 노파를 살해한 순간부터 그의 내부에서는 양심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선과
정의라는 양심이 의지와 대항하여 그의 내면 세계에서 싸움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한 갈등은 그를 정신 착란 상태에 던지고 그의 마음을 고독하게 하였다. 그는
한편으로 불안과 공포에 찬 악몽 같은 나날을 보냈으나 끈질기게 의심하는 경찰에게는
대담하고 교만한 태도로 대하는 등 극단적인 분열 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알게 된 순결한 영혼을 가진 매춘부 소냐의 영향으로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여기는 평범한 사람을 마음대로 처치할 수 있는 비범한 사람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는 자기의 범행을 고백하여 자신을 법의 손에 넘기었다. 그러나
라스콜리니코프의 영혼이 가장 깊은 곳까지 정화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유형지의
죄수 생활을 하면서 최고의 덕이 어떠한 것인가를 계속 생각하는 것이다.
  살인범의 심리와 인간 영혼의 밑바닥까지 파헤치는 치밀한 심리 분석과 연극의
대사를 읽는 듯한 대화의 맛은 물론 싱싱하게 살아 있는 등장 인물의 완성된 성격 묘사
그러한 것을 에워싼 작가의 위대한 정서는 천재가 도달할 수 있는 극한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치밀한 심리 분석과 묘사의 긴장감은 이 작품의 생명이다. 이 작품이
심리학계에까지 큰 영향을 주었던 것도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