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LAND

한국어

Knowledge

오늘:
264
어제:
293
전체:
754,231

狡兎三窟

2012.12.13 07:26

홍석균 조회 수:3321

狡(교활할 교)兎(토끼 토)三(석 삼)窟(굴 굴)
교활한 토끼는 굴 셋을 판다는 뜻이니, 만일을 위해 이중삼중의 대비책을 마련하는 준비성을 말한다.
제나라 재상 맹상군은 집에다 3천 명이나 되는 식객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유명했거니와, 그 식객들은 저마다
재주 또는 학식이 뛰어나다고 자부하여 주인의 눈에 들어 출세해 볼까 하는 자들이었다.
빙환도 그 중의 한 사람인데, 튀는 재치가 없어 주인의 주목을 아직 못 받고 있었다.
어느 날, 맹상군이 식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누가 내 영지인 설에 가서 변돈을 징수해 오겠는가?"
오로지 빙환 혼자 나서서 자기가 그 임무를 맡겠다고 청했다.
맹상군은 평소 그를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지원자가 한 사람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어 빙환에게 그 임무를 맡겼다.
출발에 즈음하여 빙환이 맹상군에게 물었다.
"징수가 끝나면 그 돈으로 무엇을 사 올까요?"
"무엇이든 자네 마음대로 사 오게.
단, 우리 집에 없는 것이어야 하네."
설에 도착한 빙환은 채무자들을 불러 모아 차용증을 하나하나 본 다음 빙환은, 채무자들에게 말했다.
"맹상군께서는 여러분의 성심성의를 오로지 고맙게 생각하시고는 나더러 채무를 면제해 주라고 하셨소이다."
그리고는 받은 이자를 일일이 돌려 주고, 차용증 더미에다 불을 질렀다.
모든 차용증은 삽시간에 재가 되었고, 채무자들은 기뻐 날뛰며 맹상군 만세를 외쳤다.
이윽고 돌아온 빙환에게 맹상군이 물었다.
"그대는 나를 위해 뭘 사 왔는가?"
"나리의 저택에는 없는 것 없이 다 갖춰져 있으나, 다만 한 가지 의가 빠졌습니다.
그래서 그걸 사 왔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맹상군이 눈이 둥그레져서 묻자, 빙환은 차용증을 모두 불살라 버림으로써 의를 사 왔다고 말했다.
맹상군은 기가 막히고 화도 났으나, 자기가 한 말이 있으므로 나무랄 수가 없어 속으로만 "이런 미친놈!" 해 버렸다.
그로부터 일 년 후, 맹상군은 임금의 미움을 사는 바람에 재상 자리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권력에 기생하는 자들의 속성 그대로, 그 많던 식객들은 맹상군의 몰락을 보자마자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그렇지만 오직 한 사람 빙환만은 맹상군 곁을 떠나지 않았고, 그더러 영지인 설로 가서 훗날을 도모하라고 권했다.
맹상군도 그 말을 옳게 여겨 가산을 정리해 설로 향했다.
그리하여 설에 도착한 맹상군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영지의 백성들이 함빡 몰려나와 환영했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그대가 의를 샀다고 한 것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알겠네"
맹상군이 고마워하며 칭찬하자, 빙환이 말했다.
"교활한 토끼는 굴이 세 개나 있기 때문에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주군께서는 아직 하나밖에 준비되지 않았으니
안심할 수 없습니다.
제가 나머지 굴 두 개를 마련해 드리지요"
그런 다음 빙환은 위나라로 가서 위왕을 꼬드겼다.
"맹상군이 제나라 조정에서 쫓겨난 사실을 전하께서도 아실 것입니다.
그 같은 큰 인물을 불러들여 위나라 제상으로 삼으시면 반드시 부국강병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위왕 역시 맹상군의 명성은 들어서 잘 알고 있었으므로 기뻐하며 사신을 보냈다.
먼저 설로 돌아온 빙환은 맹상군에게 말했다.
"이 초빙에 간단히 응하시면 안 됩니다.
제왕께서 위왕이 주군을 모셔 가려는 줄 알 때까지 은근히 배짱을 내미십시오"
그 충고에 따라 맹상군은 위왕의 사신을 만나서 딱부러지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위나라 사신은 보고와 조건 절충을 위해 몇 번이고 왕래했고, 결국 그 소문이 제왕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아니, 위왕이 맹상군을 데려다 쓰겠다고?
그건 안 되지."
정신이 번쩍 든 제왕은 즉시 사신을 맹상군에게 보내 사과하고 달래었다.
빙환이 말했다.
"이것으로 주군께서는 굴 세 개를 마련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베개를 높이 베고 편안히 주무십시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신궁이 되는 비결 셀라비 2014.10.01 78797
2731 누구와 교제를 할 것인가? 이규 2012.12.04 2339
2730 鷄肋 [1] 홍석균 2012.12.04 3023
2729 내일부터 이규 2012.12.05 2482
2728 鷄鳴狗盜 홍석균 2012.12.05 2854
2727 오만은.. 이규 2012.12.06 2904
2726 鼓腹擊壤 홍석균 2012.12.06 3137
2725 曲學阿世 홍석균 2012.12.07 2307
2724 空中樓閣 홍석균 2012.12.08 2678
2723 管鮑之交 [2] 홍석균 2012.12.09 3185
2722 刮目 홍석균 2012.12.10 3275
2721 수영선수 [3] 이규 2012.12.11 2971
2720 일속에서 행복을 찾다. 이규 2012.12.11 2906
2719 曠日彌久 홍석균 2012.12.11 3221
2718 驕兵必敗 홍석균 2012.12.12 2986
2717 허물을 벗고 살아가라. [2] 이규 2012.12.13 2847
» 狡兎三窟 홍석균 2012.12.13 3321
2715 口蜜腹劍 홍석균 2012.12.14 2951
2714 九牛一毛 홍석균 2012.12.15 3203
2713 捲土重來 홍석균 2012.12.16 3240
2712 橘化爲枳 홍석균 2012.12.17 3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