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難兄難弟

2012.12.25 11:18

홍석균 조회 수:3201

難(어려울 난)兄(형 형)難(어련울 난)弟(아우 제)
형이라 하기도 어렵고 아우라 하기도 어렵다는 뜻으로, 학문이나 재능이 비슷해서 우열을 가리기 곤란함을 비유한다.


한나라 말기에 환관들이 세력을 잡고 국정을 농단하는 바람에 나라가 크게 어지러워져, 의식 있는 선비들은 목숨을
걸고 그 폐단을 성토하여 파란을 일으켰다.
그 중의 하나가 진식이라는 사람인데, 정작 그는 성토의 앞장에 직접 설 처지가 아니면서도 친구들이 줄줄이 투옥되는
상황을 보고 "내가 들어가지 않으면 옥중의 친구들이 누구를 의지하랴" 하면서 자기 발로 옥에 걸어 들어갔다.
그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다.
큰아들 원방과 작은아들 계방이 그들인데, 세상 사람들이 이들 세 부자를 일컬어 삼군자라고 할 정도로 원방과 계방 역시
아버지 못지않은 학문과 덕행의 소유자였다.
형제는 아버지가 투옥된 후 두문불출하고 저술에만 전념했다.
이윽고 진식은 사면 조치로 자유로운 몸이 되었으나, 조정에 나와서 벼슬살이를 하라는 제의를 거절하고 야인 생활로
일관했다.
두 아들 역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출사를 거부하고 학문에만 전념했다.
원방에게는 군, 계방에게는 충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이들 종형제는 친형제처럼 항상 사이가 좋았으나, 한 가지 문제에 관해서는 추호의 양보도 없이 입씨름을 벌였다.
누구네 아버지가 더 훌륭한가 하는 문제인데, 군도 충도 자기 아버지가 더 훌륭하다고 얼굴이 시뻘개지도록 우겼다.
암만 다투어도 자기들로서는 우열의 판정이 나올 리가 없자 다른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그럼 할아버지한테 여쭤서 판정해 달라고 하자"
"좋아!"
두 아이가 찾아와서 각각 자기의 손을 들어 달라고 하자, 진식은 난처했다.
똑같이 사랑하는 자식들이요 손자들인데 어느 한쪽의 가슴에 멍울을 지우는 판정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었다.
고민하던 진식은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의 아버지는 나이를 따진다면 분명 형제간이지만, 품성이나 학문에서는 형을 형이라 하기도 어렵고 아우를 아우라
하기도 어렵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