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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人石心

2013.02.18 12:30

홍석균 조회 수:3153


木(나무 목)人(사람 인)石(돌 석)心(마음 심)
나무나 돌처럼 의지가 굳세거나 무뚝뚝한 사람으로, 어떠한 유혹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어느 삼월 삼짇날, 진나라 서울 낙양성 교외의 낙하 강변에는 왕족, 귀족뿐 아니라 일반 서민들까지 함빡 몰려나와 화창한
봄날을 즐기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물럿거라! 하는 시윗소리와 함께 의장병을 앞세운 고관의 요란한 행렬이 나타났다.
누군가 하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보니 태위 가충이었다.
가충은 원래 조조가 세웠던 위나라 중신이었지만, 위나라가 몰락하고 사마씨가 진나라를 건국할 때 적극 협력하여 공이
컸기 때문에 막강한 권세를 잡고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었다.
남들의 분위기를 망치는지도 모르고 거들먹거리며 뒤늦게 들놀이에 참가한 가충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문득 이상한 인물을
발견했다.
한결같은 상춘객들과 달리, 그 사람은 강가에 띄운 작은 배에 앉아 약초를 말리고 있었다.
화창한 날씨와 아름다운 경치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조용하고 한가로운 몸가짐으로 뱃바닥에 널린 약초만 이따금
뒤집고 있었다.
이상한 생각이 든 가충은 그 사람을 불렀다.
"임자는 어디 사는 누구인가?"
"예, 회계군의 강변 마을에 사는 하통이라 합니다."
"지금 말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어머님께 달여 드릴 약초를 구해서 말리고 있습니다."
"효자로군.
임자네 고향에서도 삼짇날을 즐기는 풍습이 있으렸다?"
"물론 그 풍습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시골 백성들은 워낙 가난하기 때문에 봄이 와도 씨 뿌려 농사지을 걱정밖에 여념이 없습지요."
"농사도 중요하겠지만,살아감에 마음의 여유마저 없어서야 쓰나.
그 곳에서는 이런 봄에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어디 들려 주게."
가충이 이렇게 요청하자, 하통은 마지못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노래는 사람들로 하여금 숨소리 하나 못 내게 할 정도의 절창이었다.
노래가 끝나자, 가충은 손뼉을 치며 칭찬했다.
"참으로 대단하군 대단해.
내가 여태까지 들어 본 중의 절창이로다."
"상공께서 너무 과찬하십니다."
"그건 그렇고, 임자는 배를 부리는 일에 익숙하겠군."
"그야 항상 하는 일이니까요."
가충은 그더러 시범삼아 재주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하통은 뱃바닥의 약초들을 정리하고 나서 상앗대와 노를 번갈아 가며 배를 부리는데, 그 익숙함과 재빠름은 보는 사람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배는 그야말로 화살처럼 물위를 미끄러져 삽시간에 까마득히 달아나기도 하고, 큰 뱀이 헤엄치듯 지그재그로 달리며
물살을 어지럽게 일으키기도 했다.
이윽고 본래 위치로 돌아온 하통에게 가충이 말했다.
"임자 배 부리는 솜씨는 어떤 수군 장수보다도 윗길일세.
내가 천거할 테니, 벼슬살이를 한번 해 보지 않겠나?"
"너무 과분한 말씀입니다.
저 같은 한낱 민초에게 무슨 당찮은 벼슬입니까."
하통이 딱 잘라 거절했으므로, 가충은 기가 막혔다.
세상에 벼슬 싫고 출세 싫다는 자도 있는가 싶어서였다.
그래서 장수 노릇이 왜 좋은지를 갖은 말로 설득했지만, 하통은 여전히 세상사를 초월한 사람처럼 관심 없다는 투였다.
"암만 그래도 너 역시 한낱 인간인데, 어디 얼마나 고상한지 보자"
이렇게 생각한 가충은 가벼운 손끝 놀림 하나로 의장병을 자유자재로 부리거나 흙먼지도 자욱하게 사열 대형으로 달리게
하는 등 장수의 위세를 한껏 보여 주었다.
그래도 하통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약초를 다시 말리기에만 정신을 쏟을 뿐이었다.
가충은 이번에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녀들을 한 무리 동원해 가무를 펼치도록 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실패였다.
하통은 여전히 자기 일에만 전념할 뿐 여자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그제서야 가충은 하통의 사람됨을 파악하고 감탄해 마지않았다.
"저 사람은 참으로 목인석심 이로구나!"
결국 하통을 끌어당기는 데 실패한 가충은 그를 고향에 돌아가도록 허락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