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比肩繼踵

2013.05.03 11:31

홍석균 조회 수:3272


比(견줄 비)肩(어깨 견)繼(이을 계)踵(발뒤꿈치 종)
어깨를 나란히 하고 뒤꿈치를 잇는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을 줄지어 세운다는 의미다.


춘추 시대 제나라의 재상 안영은 작은 키에 볼품 없는 풍채였지만 기백과 자긍심은 대단한 인물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
한번은 외교상의 예방을 목적으로 초나라에 갈 일이 생겼는데, 이 때 초나라의 영왕은 심술궃고 장난기가 많은 
임금이었다.

"마침 잘 됐다.
안영이 찾아오면 얼굴이 빨개지도록 모욕을 주어 기를 꺾어 놓아야지."

영왕은 이런 생각으로 계략을 짜 놓았다.
마침내 안영이 탄 수레가 초나라 서울 동문 가까이 이르렀을 때, 수문장이 갑자기 성문을 닫아 버렸다.
물론 지시된 각본에 따른 조치였다.
성문 앞에 다다른 안영은 성루에 서 있는 파수병을 쳐다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문을 열어라!
먼 나라에서 사신이 찾아왔거늘 이 무슨 해괴한 짓거리냐?"

그러자, 큰 문 옆의 작은 문이 열렸다.
그러더니 병사 하나가 나와 안영더러 그쪽으로 들어오라고 안내했다.
멀쩡히 열려 있던 큰문을 닫고 작은 문으로 들어오라는 수작의 의도를 간파한 안영은 시치미를 떼고 외쳤다.

"아니, 이 문은 개가 드나드는 개구멍이 아닌가.
그러고 보면 이 나라에는 사람은 없고 개만 있는가 보군.
그러니 군자의 나라에서 온 내가 어찌 개구멍으로 들어갈 수가 있나."

달려온 수문장으로부터 보고를 들은 영왕은 깜짝 놀랐다.

"그 자를 우롱하려고 했더니 거꾸로 우롱당한 셈이군 그래.
안영이란 자는 소문대로 보통 인물이 아닐세."

영왕은 얼른 사람을 보내 성문을 열고 정중하게 맞아들이도록 했다.
영빈관에서 하룻밤을 잔 안영은 다음날 입궐하여 초나라 왕을 비롯하여 대신들과 상견례를 하게 되었다.
먼저 그를 맞이한 것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뒤꿈치를 이어 서 있는 기라성 같은 문무 대신들로서, 그들은 돌아가며
날카로운 질문과 해학적 비유로 안영의 인물됨을 시험하려고 들었다.
이에 대해 안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일일이 최상의 대답을 해 줌으로써 질문자들이 무안해서 쑥 들어가게 만들었다.
이윽고 주악과 함께 많은 시녀를 거느린 영왕이 나타났다.
안영이 예의를 다하여 인사를 하자, 영왕은 짐짓 혀를 차며 안됐다는 듯이 말했다.

"쯧쯧, 제나라에는 인물이 어지간히도 없는 모양이로군.
그대 같은 사람을 사신으로 파견하다니."

그런 모욕적인 말이 없었지만, 안영은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대꾸했다.

"전하께서는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십니까?
우리 서울 임치만 해도 성 안 백성이 3만 호나 되고, 거리에는 사람들이 넘쳐나며, 유능한 인재가 수두룩하답니다.
그런데도 어찌 사람이 없다는 식으로 혹평하시는지요."

"그렇게 인물이 많다면 어째서 그대 같은 소인물을 사신으로 보냈을꼬?"

그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안영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닙지요.
저희 나라에서는 외국에 사신을 보낼 때 엄격한 기준을 두고 거기 맞추어 사람을 선택해 파견하고 있으니까요."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사신 파견의 기준이라니?"

"이를테면 이렇습니다.
현명한 군주가 계신 나라에는 대인물을, 어두운 군주가 계신 나라에는 소인물을 파견하는 식이지요.
저는 무능하고 어리석은지라 제 천분에 어울리는 나라로 가라는 명을 받았기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 말을 들은 영왕은 놀라움과 감탄을 금치 못했다.
풍채는 볼품없어도 대단한 인물임을 간파한 영왕은 금방 태도를 바꾸어 최고의 예우로 안영을 대접했다.
덕분에 안영은 목적한 외교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고 귀국길에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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