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麥秀之歎

2013.02.08 11:52

홍석균 조회 수:3267


麥(보리 맥)秀(팰 수)之(의 지)歎(탄식할 탄)
보리 이삭이 무성함을 탄식한다는 뜻으로, 곧 고국의 멸망을 탄식한다.


중국 고대국인 은나라의 주왕은 정치는 팽개쳐 둔 채 주지육림에 파묻혀 술과 음락밖에 모르는 폭군이었다.
이 때, 신하로서 임금의 잘못을 극구 간하고 말린 사람이 미자, 기자, 비간 세 사람이었다.
주왕의 배다른 형이기도 한 미자는 아무리 쓴소리를 해도 소귀에 경 읽는 것과 같자 비관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
그러자, 태사 기자와 소사 비간이 적극 만류했다.
"자결로 임금을 뉘우치게 하여 바른 정치가 행해지게 할 수만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못하다면 한낱 헛된 죽음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차라리 국외로 피신하시지요."
미자도 그 말이 옳다 싶어 망명해버리고 말았다.
기자도 왕족으로서 그 역시 임금에 대한 충의의 진언이 소용 없자 속이 몹시 상했다.
주위에서 그한테도 망명을 종용했으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신하된 자로서 간언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멀리 가버린다면 그것은 임금의 과실을 부추기는 것일 뿐 아니라,
백성들한테는 배신 행위가 되는 것이오."
그리고는 계속 간언하다가 결국 주왕의 분노를 사서 벌을 받아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나중에 머리를 풀어헤치고 미친 척함으로써 겨우 풀려난 그는 숨어 살면서 거문고를 벗 삼아 시름을 달랬다.
이 때 그가 부른 노래가 기자조이다.
비간은 미자와 기자가 그런 꼴이 되는 것을 보고 더는 참을 수 없어 주왕 앞에 나아가 열변으로 간언했다.
그러자 주왕이 말했다.
"말하는 품으로 봐서 그대는 성인이로군.
성인의 가슴 속에는 구멍이 일곱 개 있다고 들었는데, 과연 그런지 확인해 봐야겠군."
그리고는 비간을 죽여 가슴을 가르고 들여다보았다.
그처럼 포악무도하던 주왕도 마침내 자기 명운의 끝장을 보게 되었다.
삼공의 한 사람인 서백의 아들인 발이 혁명을 일으켜 그를 주살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로써 은왕조는 무너졌고, 서백은 주나라를 세워 문왕이 되었다.
국외에서 돌아온 미자는 스스로 죄인의 모습으로 울면서 종묘 안의 제기를 챙겨 들고 문왕을 찾아갔다.
그러자 문왕은 미자를 석방하여 송왕으로 봉하고 조상의 제사를 모시도록 은의를 베풀었다.
문왕의 뒤를 이어 발이 등극해 무왕이 되었는데, 그 역시 전왕조의 핏줄인 기자를 불러다 조선왕으로 봉하고 우대했다.
그 후 기자는 무왕을 만나러 가는 길에 옛 은나라 도읍지를 지나게 되었는데 호화롭던 대궐 터와 번화하던 거리는 
온데간데 없고, 그 자리에는 곡식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애간장이 끊어지는 듯한 슬픔을 이기지 못한 그는 맥수라는 시 한 수를 읊었다.

보리이삭 무럭무럭 자라고 [麥秀漸漸兮 맥수점점혜]
벼와 기장도 윤기가 흐르누나 [禾麥油油兮 화맥유유해]
미치광이 같은 저 철부지 [彼狡童兮 피교동혜]
나하고 잘만 지냈던들! [不與我好兮 불여아호혜]

이 노래에서 말하는 미치광이와 철부지는 주왕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