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董狐之筆

2013.01.22 11:42

홍석균 조회 수:3347

董(바로잡을 동)狐(여우 호)之(의 지)筆(붓 필)
동호의 붓이라는 뜻으로 기록을 담당한 자가 주위 사람들이나 권력을 의식하지 않고 곧이곧대로 바르게 써서 남기는
것을 말한다.

춘추 시대 진나라 임금 영공은 포악하고 무도하기로 이름이 높았다.
정경 조순은 임금의 그런 행태가 몹시 걱정되었다.
그래서 기회 있을 때마다 좋은 말로 충고하고 바른 정사를 펴도록 호소했는데, 그것이 도리어 왕의 미움을 사는 빌미가
되고 말았다.
"건방진 늙은이 같으니!
과인이 내려준 봉록으로 호의호식하며 잘 사는 주제에 감히 과인한테 싫은 소리를 해?
어디 그 가녀린 목에서 메마른 소리가 얼마나 더 나오는지 보자"
이렇게 앙심을 품은 영공은 조순을 죽이려고 자객을 보냈다.
그러자 자객은 가까이에서 조순을 본 순간 그 고아한 풍모와 따뜻한 인품에 감명을 받아 감히 어쩌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그래도 조순에 대한 미움을 털어버리지 못한 영공은 도부수를 매복시킨 술자리에 조순을 불러냈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 곳으로 향하던 조순은 호위병 하나가 함정을 알아차리고 귀뜸하는 바람에 그 길로 모든 것을 
팽개치고 줄행랑을 놓았다.
그 사실을 안 영공은 대로하여 추격대를 풀어 놓았지만, 조순의 덕망이 워낙 높은 터여서 오히려 군병들의 음성적인
묵인과 보호 아래 국경으로 달아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떤 악행도 끝이 있는 법이다.
불의 무도한 영공은 조천이라는 의기 있는 사나이의 손에 시해되고 말았다.
국경을 막 넘으려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조순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급히 도성으로 되돌아왔다.
그런데, 사관인 동호가 공식 기록에다 이렇게 적었다.
"조순, 군주를 죽게하다."
조순으로서는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새파래져서 동호에게 자기의 무고함을 주장했고, 다른 사람들 역시 그것은 얼토당토 않는 소리라고 동호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동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이렇게 반박했다.
"물론 상공께서는 임금을 직접 시해하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벌어졌을 때 국내에 있었고, 조정에 돌아와서는 범인을 처벌하려고 하지도 않았잖습니까?
국가 대임을 맡은 대신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직무를 하지 않았으니, 그것이 직접 시해와 무엇이 다르다는 것이지요?"
그 날카로운 지적에 조순도 할 말이 없었다.
나중에 공자는 이 사건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법도대로 올바르게 기록한 동호는 훌륭한 사관이다.
법을 바로잡는 일의 중요성을 알고 오명을 그냥 뒤집어 쓴 조순 역시 훌륭한 대신이다.
다만, 국경을 넘었더라면 책임을 면할 수 있었을텐데,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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