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駙馬

2013.04.11 14:57

홍석균 조회 수:3267

駙(곁말 부)馬(말 마)
임금의 사위, 곧 공주의 남편을 말한다.

전국 시대 진나라 땅 농서에 신도탁이란 청년이 있었는데, 뛰어난 스승을 만나 학문을 익혀 청운의 꿈을 펴리라는 희망을
안고 고향을 등졌다.
그런데, 서울인 옹성으로 가는 길에, 하루는 마을에 찾아들기도 전에 날이 저물고 말았다.
"이거 야단났군.
밤이슬을 맞지 않을 만한 장소가 어디 없을까?"
이렇게 생각하며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신도탁의 눈에 문득 불빛이 들어왔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숲 속에 커다란 기와집이 있었고, 불빛은 그 집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옳거니!
궁하면 통한다더니,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군."
신도탁은 금방 기운이 나서 그 기와집을 찾아가 대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에 대문이 열리며 하녀가 나타나자, 신도탁은 간곡히 사정했다.
"옹주로 가는 나그네인데, 날이 저물어 찾아왔으니 하룻밤 신세를 질 수 있도록 주인께 청을 드려 주면 고맙겠소."
하녀는 신도탁을 아래위로 훑어본 다음 아무 말 없이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곧 다시 나와 그를 맞아들여 방으로 안내했다.
어느새 방 안 식탁에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음식 그릇이 그득 차려져 있었으므로, 몹시 시장했던 신도탁은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그러자 푸른 비단옷을 입은 아리따운 여인이 들어와서 말했다.
"저는 이 나라 임금이신 민왕의 여식인데, 조나라로 시집갔다가 남편과 사별하고 오랫동안 혼자 살고 있습니다.
오늘 당신이 이렇게 찾아오신 것은 보통 인연이 아니니, 아무쪼록 저와 부부의 인연을 맺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무,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저는 한낱 미천한 백성입니다.
그런 제가 어찌 감히 신분이 고귀하신 분을..."
신도탁은 깜짝 놀라 처음에는 극구 사양했다.
그러나 여인이 하도 간곡하게 매달려 못 이긴 듯 받아들이고 말았다.
그로부터 사흘 동안 신도탁은 여인과 함께 지냈다.
그러고 나서 다음날 아침이 되자, 여인이 몹시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야 고백하지만, 저는 산 사람이 아니랍니다."
"아니, 뭐라구요?"
"그렇게 놀라실 필요는 없어요.
알고 보면 이승과 저승은 경계도 없이 맞닿아 있답니다.
당신은 산 사람이고 저는 비록 죽은 몸이지만, 우리가 나눈 사랑은 더없어 생생하고 아름답고 절실하지 않았던가요?"
"그, 그렇기는 하지만...."
"욕심 같아서는 당신을 더 붙들어 모시고 싶지만, 허용되는 시간은 사흘뿐이랍니다.
더 함께 있으면 당신이나 저나 재앙을 당하게 됩니다.
그래서 당신을 보내 드리려고 하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이것은 제 진심의 정표이니, 부디 받아 주세요."
그러면서 같이 베고 잤던 베개를 주었다.
가장자리에 금실로 수를 놓은 고급 베개였다.
신도탁은 여인의 말을 전적으로 믿을 수 없었지만 그녀가 헤어지기를 원하는 이상 하는 수 없이 베개를 받아 가지고
그녀의 배웅속에 그 집을 나섰다.
그리하여 대문을 나서는 순간 설마 하는 마음으로 뒤를 돌아보니, 이게 웬일인가, 그 큰 기와집은 온데간데 없고
그 자리에는 커다란 무덤 하나가 덩그렇게 있지 않은가!
머리끝이 쭈뼛해진 신도탁은 죽을둥살둥 모르고 달렸다.
그러기를 한참만에 비 오는 듯한 땀에 젖은 채 너무 지쳐 뜀박질을 멈추고 정신을 차려 보니, 그 베개는 자기 옆구리에
그대로 있었다.
드디어 옹성에 도착한 신도탁은 그 베개를 팔아서 음식을 사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 베개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나라 왕실에서나 사용하는 굉장한 물건이었기 때문에 선뜻 사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고, 호기심에 찬 구경꾼만 모여들어 이러쿵저러쿵 떠들 뿐이었다.
마침 왕비가 저잣거리에 나왔다가 군중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해서 시종더러 연유를 알아보게 했다.
그 결과 문제의 베개가 왕비 앞에 대령되었다.
"아니, 이럴 수가!"
왕비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
그 베개는 바로 자기 딸의 부장품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신도탁은 지엄한 공주의 무덤을 파헤친 도굴꾼으로 몰려 붙잡혀 가서 왕이 보는 앞에서 엄한 추궁을 받아야 했다.
그렇지만 조금도 잘못한 일이 없는 신도탁은 겪은 일을 곧이곧대로 진술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왕과 왕비는 신도탁의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딸의 무덤으로 행차했다.
그런데 무덤은 전혀 손댄 자국도 없이 멀쩡했다.
이상한 느낌이 든 왕은 무덤을 파도록 했다.
그리하여 관 뚜껑을 열었더니 다른 부장품은 다 있는데 베개만 없었고, 시신을 조사한 결과 놀랍게도 최근에 정을 나눈
흔적이 뚜렷했다.
그제야 모든 사실을 이해한 왕과 왕비는 신도탁의 손을 잡고 진정한 내 사위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는 부마도위라는 새로운 벼슬과 함께 많은 재물을 하사했다.
이 때부터 임금의 사위를 부마라고 부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