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病入膏肓

2013.04.04 14:15

홍석균 조회 수:3301

病(질병 병)入(들 입)膏(염통밑 고)肓(명치 황)
질병이 심장과 횡경막 사이에 들어간다는 뜻으로, 치유불능의 중태 상태를 말한다.

춘추 시대 진나라 경공이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이 달려들면서 이렇게 소리치는 것이었다.
"네가 내 자손을 모두 죽였으니, 나는 너를 죽이고 말겠다."
경공은 너무나 놀라서 허겁지겁 도망쳤으나 귀신은 끝까지 쫓아왔다.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쫓겨 다니던 경공은 마침내 막다른 곳으로 몰리고 말았다.
"네가 도망간다고 살 줄 아느냐?
어림도 없다."
귀신은 코웃음을 치면서 경공에게 달려들어 목을 눌렀는데, 바로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외마디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눈이 퍼뜩 떠졌다.
진땀을 흘리며 잠자리에서 일어난 경공은 왜 그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 결과 십여 년 전에 도안고라는 자의 무고로 몰살시킨 조씨 집안의 일이 떠올랐고, 따라서 꿈에 본 귀신은
그 조씨네의 조상임을 알 수 있었다.
경공은 즉시 무당을 불러 꿈 이야기를 하고 해몽해 달라고 했다.
"말씀드리기 참으로 황공하오나, 전하께서는 올해 봄의 햇보리로 지은 진지를 드시지 못하게 되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인이 죽는다는 뜻인가?"
"황공무지로소이다."
"그대는 나라의 무당이 아닌가?
그런데도 대책이 없다고?"
"이 일은 소인의 능력 밖이라서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낙심에다 불안해진 경공은 그만 병이 나고 말았다.
부랴부랴 사방에다 수소문하여 명의를 찾았는데, 진나라의 고완이란 의원이 유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급히 연락을 취하여 고완을 청해다가 병을 보이기로 했다.
고완이 도착하기 며칠 전, 경공은 자다가 또 꿈을 꾸었다.
이번에는 지난번의 귀신 대신에 아이들이었다.
"고완은 워낙 유능한 의원이야.
그러니 우리가 어디로 달아나야하지?"
한 아이가 말하자, 다른 아이가 이렇게 대꾸했다.
"걱정 마.
횡경막과 심장 사이에 숨어 있으면 아무리 고완이라 한들 별 수 있을라구"
그러고서 꿈이 깨었다.
곰곰 생각해 보니 그 아이들은 자기 몸 속의 질병임을 알 수 있었다.
이윽고 고완이 도착했으므로, 경공은 병을 보이면서 꿈 이야기를 했다.
진맥을 마치고 난 고완은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병이 지금 심장과 횡경막 사이에 침투해 있습니다.
이 정도면 소인의 능력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마침내 경공은 체념하고 말았다.
후한 사례를 해서 고완을 돌려 보낸 경공은 이렇게 생각했다.
"내 운명이 이것뿐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더 이상 안달복달하지 않고 의연히 죽음을 맞으리라"
그러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했고, 생사 문제에 초연해지니까 의외로 병이 점점 나아지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햇보리를 수확할 무렵에는 지난날과 별로 다름없을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다.
마침내 햇보리가 반입되었을 때, 경공은 그것으로 밥을 짓게 하고는 무당을 잡아들였다.
"네 이놈!
쥐뿔도 모르는 놈이 나라의 무당이라고 앉아서 공연한 헛소리로 과인을 마음고생시켰겠다.
뭐가 어째?
햇보리밥을 먹지 못할 거라고?
여봐라!
이 놈을 당장 끌어내어 목을 베어라!"
불호령을 내린 경공은 밖에서 죽어가는 무당이 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수저를 들었다.
바로 그 순간,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경공은 수저를 집어던지고 배를 움켜쥔 채 화장실로 뛰었다.
그러나 화장실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져 죽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