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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足置齒牙間

2013.04.12 11:58

홍석균 조회 수:3343

不(아니 부)足(족할 족)置(둘 치)齒(이 치)牙(어금니 아)間(사이 간)
이빨 사이에 두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다시 말해 입에 올릴 가치도 없다는 뜻이다.


진나라 시황의 아들 호해는 2세 황제로 보위에 오른 뒤 정사는 돌보지 않고 향락과 방탕에 빠져 있었으며, 옳고 쓴소리를
하는 사람은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했다.
그러다 보니 관리들은 부패해지고, 사회가 극도로 혼란해졌으며, 백성들은 착취와 노역에 시달려 죽을 지경이 되었다.
이 때 진승이란 자가 기회를 틈타 산동 지방에서 농민들을 선동해 반란을 일으키는 바람에 현지의 사자가 도성에 
올라와 호해한테 보고했다.
"농민들이 반란을 일으켜 나라를 뒤흔들고 있으니 큰일입니다."
"뭐라고?
네 이놈!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이냐?
천자인 짐의 앞에서 그따위 소리를 지껄이다니, 저놈을 당장 하옥하라!"
호해는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
뒤이어 두 번째 사자가 도착했는데, 그는 앞사람이 당한 일을 알고는 이렇게 아뢰었다.
"하찮은 도적떼가 소동을 일으켰지만, 곧 진압될 것입니다.
폐하께서는 조금도 염려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 그렇지."
호해는 흡족해서 두 번째 사자에게는 후한 상을 내렸다.
그러나 사태는 점점 악화되어 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반란군은 수효가 늘어나면서 세력이 더욱 강대해졌고, 급기야 관군들까지 합세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뭔가 심상찮다고 느낀 호해는 뒤늦게 중신회의를 소집하고 대책을 물었다.
임금이 비로소 사태를 똑바로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여긴 중신들은 주저하지 않고 아뢰었다.
"신하된 자나 미천한 백성이나 감히 반역을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반역의 마음을 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죽어 마땅한 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폐하, 급히 군대를 파견하여 진압하도록 하십시오."
그 말을 들은 호해의 안색이 흉하게 변했다.
자기 앞에서 반역이라는 말을 감히 꺼내는 자체를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의 입에서 불호령이 떨어지려는 찰나, 숙손통이 얼른 앞으로 나서며 아뢰었다.
"폐하, 여러 대신들의 말은 틀렸습니다.
지금 천하는 통일되어 한 집을 이루고 있고, 각 군과 현의 성을 허물었으며, 무기는 다시 사용하지 못하도록
녹여서 농기구를 만들었습니다.
영명하신 폐하께서 이처럼 건재하시고, 서릿발 같은 법령이 엄연히 살아 있으며, 백성들은 각자 생업에 종사하며
넉넉한 생활을 누리면서 폐하의 은덕을 칭송하고 있는데, 어느 어리석은 자가 무엄하게 감히 반란을 꾀하겠습니까?
지금 약간의 소란을 일으키고 있는 도적들은 곡식을 훔치는 쥐새끼나 물건을 훔치는 개에 불과합니다.
이빨 사이에 둘 가치도 없는 것들이지요.
지금 현지 관원들이 잡아다 엄하게 죄를 다스리고 있으니 조금도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 말을 듣고서야 안색이 돌아온 호해는 어사로 하여금 반역을 말한 신하들을 문초해 다스리라고 명했다.
그리고는 숙손통에게 좋은 옷 한 벌과 비단 20필을 하사하고 박사에 임명했다.
숙손통이 어전을 물러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다른 대신들이 험악한 얼굴로 둘러쌌다.
"아니, 사정을 뻔히 알면서 폐하 앞에서 그런 터무니없는 아첨을 늘어놓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단 말이오?"
대신들이 이구동성으로 꾸짖자, 숙손통은 태연히 말했다.
"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면 여러분들이 지금 이렇게 성한 몸으로 서 있을 수 있겠소?
아무튼 나는 더 이상 입 벌리고 있는 호랑이 앞에서 떨고 있고 싶지 않소이다."
그리고는 당장 짐을 싸들고 설지방으로 달아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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