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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用之用

2013.02.22 12:03

홍석균 조회 수:3338


無(없을 무)用(쓸 용)之(의 지)用(쓸 용)
쓸모가 없는 것의 쓰임새라는 뜻으로, 얼핏 봐서 아무 소용도 없을 것 같은 존재가 도리어 크게 쓸 곳이 있다는 의미다.


고대의 두 사상가 장자와 혜자가 입씨름을 하게 되었다.
"선생의 말씀은 하나도 쓸모가 없군요"
혜자가 장자를 보고 이렇게 말하자, 장자가 반박했다.
"그 무슨 말씀이오?
쓸모가 없음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쓸모 있는 것을 논할 수 있습니다.
저 땅을 보시오.
무한히 크고 넓지만, 우리 인간에게 유용한 데라고는 발길이 닿는 곳뿐이란 말입니다.
가령, 발길이 닫는 부분의 둘레를 파 내려갔더니 황천에 이르도록 쇠붙이 한 덩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면, 과연 그것이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는 것이겠소?"
"없지요"
"물론이오.
그러니까 쓸모 없음으로써 쓸모 있음을 증명해 주었으니, 실은 쓸모 있는 것임이 분명하잖소."
역시 사상가답게 다분히 생각을 하게 만드는 논리다.
그 장자가 어느 날 한 제자를 데리고 옛 친구를 찾아가느라 숲이 울창한 산을 지나다가 한 나무꾼을 만났다.
나무꾼은 잎과 가지가 무성한 나무 한 그루를 쳐다보더니 그냥 돌아서는 것이었다.
"나무를 베려다가 왜 그만두시오?"
장자가 묻자, 나무꾼이 대답했다.
"보아하니 쓸모가 없어서요."
장자는 조금 가다가 혼잣말을 했다.
"저 나무는 재목감이 되지 못함으로써 천수를 다할 수 있겠군 그래."
이윽고 친구 집에 도착하자, 몹시 반긴 친구는 장자를 대접하기 위해 하인더러 거위 한 마리를 잡으라고 시켰다.
그러자 하인이 물었다.
"한 놈은 잘 울고 다른 놈은 울지 않습니다.
어떤 놈을 잡을까요?"
"그야 못 우는 놈을 잡아야겠지."
나중에 제자가 장자를 보고 물었다.
"산의 나무는 쓸모가 없어서 살아남았고, 이 댁의 거위는 쓸모가 없어서 죽었습니다.
선생님은 이 둘 중의 어느 입장에 서시겠습니까?"
장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굳이 말해야 한다면 쓸모 있음과 없음의 중간에 서고 싶네.
그러나 그 중간은 도(道)와 비슷하지만 실상은 도가 아니므로 화(禍)를 아주 모면할 수는 없지.
그렇지만 자연의 도에 입각해 여유를 가지면 괜찮아.
영예도 비방도 없고, 용이 되었다가 뱀이 될 수도 있으며, 시간의 변화에 따라 한 군데 붙박이지도 않는다네.
오르락내리락하며 남과 화목하게 지냄을 자기 도량으로 삼고, 만물의 근원인 도에 근거하여 만물을 부릴 뿐 아니라
그 만물에 사로잡히지 않으니 화를 입을 리가 없겠지."
장자의 눈에는 보통 사람들이 쓸모 있다고 믿는 것은 하찮은 것이고, 반대로 쓸모가 없다고 믿는 것이야말로 쓸모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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