黔(검을 검)驢(나귀 려)之(갈 지)技(재주 기)
당나귀의 뒷발질로 보잘것 없는 기량을 비웃는 말이다.
지금의 귀주성을 옛날에는 검이라고 했는데, 이 검 지방에는 원래 당나귀라는 짐승이 없었다.
이 지방 사람 하나가 멀리 여행을 떠났다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당나귀 한 마리를 사서 배에 싣고 왔다.
그러니 당나귀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신기해서 눈이 휘둥그래질 수밖에 없었다.
당나귀 주인은 호기심에다 우쭐하게 튀고 싶은 마음으로 그 짐승을 가져오긴 했으나, 어떻게 기르고 무엇에
쓸지 몰라 난감했다.
그래서, 일단 마을 근처 야산에다 풀어 놓아 기르기로 했다.
그런데, 그 산에는 호랑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이크, 저게 뭐지?"
호랑이는 지금까지 당나귀를 본 적이 없었으므로 강적인가 하여 감히 접근하지 못하고 숨어서 한동안 동태를
엿보기로 했다.
그 때, 당나귀가 "히힝" 하고 울었다.
난생 처음 들어본 소리라 순간적으로 호랑이는 그 짐승이 자기를 잡아먹으려는 줄 알고 혼비백산하여 줄행랑을 놓았다.
"휴, 혼났네.
그렇지만 내 체면에 이게 뭐야.
내가 명색이 이 산의 왕으로 군림해 왔는데, 뭔지도 모르는 이상한 녀석한테 미리 겁먹고 떨다니"
이렇게 생각한 호랑이는 되돌아가서 다시 당나귀의 동태를 엿보기로 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그 귀 큰 짐승이 별볼일 없는 존재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시험해 보기로 하고,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와 당나귀 주위를 빙빙 돌면서 덤벼들 듯이 위협하는 시늉을
하였다.
그 당나귀 역시 호랑이란 짐승을 보았을 리가 없었다.
"넌, 뭐냐"
당나귀는 겁도 없이 유일한 무력 수단인 뒷발질로 호랑이를 걷어 차려고 했다.
그러나 이 단 한번의 행동으로 자기 기량을 폭로해버린 셈이다.
"흥, 겨우 이 정도였군."
그제야 마음을 놓은 호랑이는 달려들어 순식간에 당나귀를 잡아 먹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