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23 13:56
해설
셰익스피어는 37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많이 애독되고 있는 "햄릿"은 대중적 흥미가
높기 때문에 자주 상연되지만 셰익스피어 연구가들에게는 가장 힘든 작품이기도 하다
자칫하면 복수극으로 끝나기 쉽고 신중히 처리한다 해도 일종의 윤리극이 될 수 있는
소재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셰익스피어는 복잡하고 신비스러운 인생의 비밀을 파헤쳐 그 진상을
제시하려 했는데 그 비밀을 해명하는 열쇠로 햄릿의 성격을 창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햄릿을 통하여 인생의 영원한 비밀인 삶, 사랑, 번뇌의 전형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햄릿이 지니는 성격 속에서 우리는 단순한 인간 행위의 근저에 깔려 있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인간의 심리를 파악하고 느끼는 기쁨을 알 수 있다. 햄릿의 성격에
대해서는 정신병설 의지 박약설 우울증설 등 여러 가지 설들이 있다. 그것은 햄릿의 복잡한
성격의 일면을 설명하지만 그 전체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실로 "햄릿"은 인류가 계속되는 한
영원히 인간의 감정에 감동을 주며 생각을 새롭고 깊게 해 줄 것이다.
괴테는 햄릿을 통하여 "훌륭하고 숭고한 가장 도덕적인 인간이지만 영웅적인 기력이
부족하여 스스로 짊어지지도 못하고 던져 버리지도 못하는 무거운 짐을 진 채 거꾸러지고
만 인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반성적이고 외향적이며 환경에 순응하는 유형의
성격자는 햄릿의 생활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러시아의 작가 투르게네프가 인간의 성격을 햄릿 형 돈 키호테 형으로 비유하여 나눌
정도로 셰익스피어는 "햄릿"으로 성격의 전형을 창조한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4대 비극에는 "햄릿"외에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가 있다
작가 약전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1564년 중부 잉글랜드의 스트래트포드 안 에이번에서 태어나 1616년
4월 52세의 일기로 생을 마쳤다고 전하고 있다
그의 가정은 빈곤으로 겨우 국민학교 정도의 교육을 마치고 20세 때에 런던으로 나왔다.
일정한 직업 없이 전전하다가 어느 극장에서 배우 겸 극작가로 활동하다가 26세 경에는
완전한 극작가가 되었다. 그 후로 약 23년 간 문필 생활을 하였다. 장시 2편 소네트 154편
희비극 37편을 창작하였다
그의 작품은 그가 죽은 지 200년이 지나서야 진가를 인정받아 그 위대함이 연구되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어디까지나 평범한 인간의 시인이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그의
관찰력은 넓고 파악력은 강하다. 음악과 색채의 아름다움 재미있는 말씨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의 전개 성격이 뚜렷한 인간의 동작 싱싱한 서정시의 맛 터져나오는 웃음 가슴이
뜨거워지는 슬픔 등 예술이 다룰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춘 것이 그의 극이다
2013.06.2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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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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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막-
클로디어스 왕은 햄릿을 한시 바삐 잉글랜드로 추방하는 것이 안전한 길이라고 믿어
이튿날 아침 배에 태워 출발시켰다. 폴로니어스의 시체는 아무도 모르게 매장해 버렸다
그러나 가엾은 희생자가 나타났다. 오필리아가 미치고 만 것이었다. 오필리아에게는
하늘같이 자비로운 아버지가 뜻하지 않게 죽었으니 그것이 오필리아를 미치게 하였던 것이다
솜털처럼 보드랍고 샛별처럼 맑은 처녀의 마음은 너무나도 크고 처참한 충격에 미쳐 버렸다.
그토록 아름답고 우아했던 오필리아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궁성 안을 이리저리 방황했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애절한 노래를
불렀다. 드디어 오필리아의 오빠인 레아티즈가 아버지가 살해당했다는 급보를 받고
프랑스에서 돌아왔다. 성격이 곧고 정의감이 강한 레아티즈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사실을
그대로 둘 까닭이 없으리라
젊은 레아티즈가 폭도들을 거느리고 성문을 부수며 쳐들어온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마침내 레아티즈는 클로디어스 앞에 나섰다. 혈기에만 맡긴다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를 만큼 그는 흥분하고 있었다. 왕비는 조용하기는 하나 위엄 있게 말하였다
"레아티즈 좀 진정하라"
"진정할 수 있는 피가 제 몸에 있다면 그것은 제가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는 증거가 될
것이오. 저의 아버지는 어디 있소?"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게 된 연유가 무엇이냐 말이오? 저를 속일 수는 없소. 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버님의 원수를 갚고야 말겠소!"
"이 사람아 자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확실한 사정을 알고 싶다면 가르쳐 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친구와 원수를 분간하지 못하면서 정작 원수에게 복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때 오필리아가 노래를 부르며 나타나자 레아티즈의 심장은 찢어질 듯하였다
"아, 이 가슴의 불꽃이여! 나의 뇌수를 태워 없애다오. 눈물이 피가 되어 앞도 못 보게
해다오. 나는 기어코 너를 미치게 한 원수를 갚고야 말 테다. 오 아름다운 오필리아!
5월의 장미 귀여운 내 동생! 인간이란 사랑의 극치에 달할 때 사랑하는 어버이를 쫓아 그
귀중한 정성을 사랑의 표적으로 떠나보낸단 말인가!"
그러나 오필리아는 오빠의 말에는 아랑곳없이 제멋대로 지껄이고 있었다.
"다시는 오시지 못할 것인가?
어찌 돌아오리오, 한 번 가신 몸
차라리 이내 몸을 버릴까 보다
백설 같은 흰 수염, 삼베 머리에
이제는 영영 가고 못 오실 사람
탄식이 무슨 소용, 도리 없구나
저승에서 부디부디 잘 계시옵소서"
오필리아는 노래를 부르며 다시 밖으로 나갔다. 레아티즈는 그것을 보자 한층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왕은 레아티즈에게 그 복수를 위해 조력을 하겠으니 자기를 따르라고 말하며
레아티즈를 데리고 갔다
잉글랜드로 떠난 햄릿은 클로디어스 왕이 잉글랜드 왕에게 보내는 서신을 몰래 뜯어
보았다. 그 편지에는 끔직한 사연이 적혀 있었다. 그것은 햄릿 왕자가 잉글랜드에 상륙하는
즉시 사형에 처하라는 것이었다. 햄릿은 편지의 사연을 자기를 따라간 두 사람의 부하를
처형하라는 내용으로 고쳤다
이리하여 죽음을 면한 햄릿 앞에 또 하나의 장애가 나타났다. 햄릿은 해적의 습격을 받아
포로가 된 것이다. 해적들은 햄릿이 덴마크의 왕자임을 알게 되자 그를 인질로 많은 보상금을
타먹기 위해 극진히 대우하였다. 그리하여 사람을 시켜 덴마크 왕 앞으로 햄릿의 사연을
편지로 보냈다. 햄릿이 무사히 귀국한다는 소식을 듣자 간악한 클로디어스 왕은 모든 책임을
햄릿에게 돌려 버리기 위한 계략을 꾸몄다
햄릿과 레아티즈는 검술에 탁월한 무사들이었다. 왕은 햄릿이 살아서 돌아온다면 두
사람이 결투를 하도록 음모를 꾸몄다. 레아티즈가 차지할 칼끝에는 독약을 칠하여 조금만
상처를 입어도 삽시간에 죽음으로 몰아 넣을 수 있게 하였다. 이것은 햄릿을 없애 버리기
위해 레아티즈의 힘을 빌리되 국민들의 의아심을 잠재우기 위한 간계였던 것이다.
"좀 더 생각을 해야 한다. 만약에 우리의 계획이 서툴러 탄로 나면 안 되니까 만일의
경우를 위해 다음 방법을 준비해야지"
"어떻게요?"
"두 사람은 정식으로 내기를 하고... 옳지! 좋은 수가 있지. 두 사람이 결투를 하면
목이 마르게 될 거야. 그럴 때 그 자는 물을 청할 테니까 그 때 미리 준비해 둔 독을 탄
술잔을 내 주면 된단 말이야. 결투에서 칼을 모면했다 할지라도 그 술 한 모금만 마시면
만사는 뜻대로 이루어지는 거지"
이렇게 두 사람이 모의를 하고 있을 때 왕비가 뛰어들어 왔다
"재앙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려드는군요. 레아티즈! 그대의 동생이 물에 빠져
죽었어요!"
"오필리아가? 어디서요?"
"개울가에 비스듬히 누운 버드나뭇가에서 오필리아는 그 가지에다 미나리아재비와
딸기풀과 실국화를 꺾어서 꽃 목걸이를 만들고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그 꽃 목걸이를
버드나무 가지에 걸려고 올라가는데 갑자기 나뭇가지가 꺾이면서 그만 시냇물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꽃송이처럼 활짝 핀 치맛자락은 물 위에 수를 놓은 듯 오필리아를 싣고서 흘러
가더니 마침내 거센 물결이 삼켜 버렸다는군요"
여동생의 최후를 듣고 난 레아티즈는 땅을 치며 통곡하였다
"불쌍한 누이여!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 그러나 하염없이 솟구치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구나. 비웃을 놈은 비웃어라. 실컷 울고 나면 여자같이 약한 마음도 가실테지...
전하 이만 물러가겠나이다. 불길처럼 타오르는 이 마음 어리석은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복받쳐 오르는 눈물에 말끝을 맺지 못하는 레아티즈는 쏟살같이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2013.06.2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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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막-
자정이 지난 시각 덴마크 엘시노어 궁성 앞의 말루에서 버나드는 마셀러스 호레이쇼와
괴이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자정이 지난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이틀을 계속 두 달
전 죽은 선왕의 혼령이 바로 그 시간 그 장소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누군들 보지 않았다면
그 사실을 알 수 있으랴. 버나드의 보고를 들은 호레이쇼는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망루에
나타났다. 앞은 파도가 몰아치는 절벽이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성벽의 모퉁이에 정말
혼령이 나타났다. 선왕의 모습이 틀림없었다. 혼령은 생전에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다. 찌푸린 표정엔 위엄과 고통이 서려 있다. 아무리 보아도 선왕 그대로의 모습이다.
놀란 호레이쇼는 공포에 와들와들 떨면서도 멀어져 가는 혼령에게 소리친다
"너는 누구냐? 누구이기에 한밤중에 덴마크의 선왕께서 행차하시던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냐? 어서 말해라!"
호레이쇼는 질려 있었다. 이것은 덴마크에 괴변이 일어날 징조가 아닌가? 평소 불평이 많은
마셀러스는 이 징조를 두고 말했다
"무엇 때문에 이렇듯 엄중한 말을 세워 백성들을 매일처럼 못살게 대포를 만든다 외국에서
무기를 사들인다 배를 만든다 하며 백성들을 괴롭히는가? 자네들 가운데 아는 바가 있으면
속시원하게 말 좀 해 주게!"
호레이쇼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선왕께서 그의 생전에 노르웨이 국왕과의 결전에서
승리를 거두어 조약에 따라 노르웨이 국왕의 소유지를 바로 선왕이 빼앗았다는 것이다. 최근
선왕이 돌아가시자 노르웨이 국왕의 아들이 이를 보복하기 위해 잡병을 모아 덴마크 국경을
노리고 있으니 선왕의 혼령은 이와 관계있는 징조일 것이라고 하였다
이 때 다시 혼령이 나타났다. 호레이쇼는 조금 전보다 침착해져 혼령을 향해 말을 걸었다
"섰거라! 나에게 말을 해라 만일 네게 원한이 있다면 내가 너의 원을 풀어 주어 내게도
복이 될 일을 할 것이니 말해 다오. 무엇이건 말해다오. 이 나라의 화근의 비밀을 알거든
말해 다오. 생전에 남에게 빼앗은 재물을 땅속에 묻어 둔 채 죽은 탓으로 그것을 못잊어
나타났느냐? 어서 말을 하라"
그러나 첫닭 우는 소리와 함께 혼령은 간 곳 없이 사라지고 동녘 하늘엔 붉은 햇살이
뻗치고 있었다. 호레이쇼는 이 사실을 햄릿에게 보고함이 신하로서의 의무이며 친구로서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선왕은 두 달 전 술을 마시고 잔디밭에서 잠을 자고 있을 때 독사에 물려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선왕의 죽음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은 그의 아들인 햄릿이었다. 부왕의
총애를 한몸에 받으며 자라난 햄릿은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깊은 회의와 절망에 빠져
괴로워했다. 선왕의 후임으로 햄릿의 숙부가 왕좌에 앉았으며 더욱 햄릿을 충격에 빠뜨린
것은 선왕이 죽은 지 두 달도 채 못 되어 그의 어머니가 숙부와 재혼한 데 있었다. 무엇을
믿으란 말인가? 선왕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덴마크 영지에서 이제 햄릿
외엔 없는 것이다
오늘도 왕비를 옆에 거느리고 그 옛날 형이 자리잡았던 옥좌에 거만스럽게 버티고 앉은
클로디어스 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집정 소감을 연설하고 있었다
"햄릿 선왕께서 승하하신 지가 두 달 전이라 만백성이 수심과 슬픔의 도가니 속에서
선왕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마음은 인정과 도리이되 언제까지나 비탄의 눈물을 흘린다고 죽은
넋이 되돌아올 리 없고 험악해진 국경 지대의 형세는 일각의 지체도 허락하지 아니하므로
기쁨과 슬픔을 저울질하면서 나는 지난 날의 형수를 정궁으로 모셨노라 또한 이 문제에 대
해서는 경들이 협조하였기에 짐도 그 월등한 지혜를 굳이 막지 않았노라"
클로디어스의 언변은 유창하고도 의젓하여 모든 신하들을 위압했다. 침통한 표정의 햄릿을
바라본 왕비는 아들을 향하여 말하였다
"사랑하는 왕자 그 어두운 얼굴빛을 던져 버리고 좀더 다정스러운 눈으로 왕을 우러러
보오. 항상 그렇게 눈을 내려 덮고 떠나신 아버님을 땅 속에서 찾은들 무슨 소용이 있소?
죽음이란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요. 현세에서 영원의 생명으로 지나가는 것을"
클로디어스 왕도 햄릿의 마음을 달래느라 무척 애를 쓰는 것 같았다. 그러나 햄릿의 마음
속에는 슬픔과 의아심과 분노가 타오를 뿐이었다. 그는 숙부인 클로디어스보다 어머니로부터
더 참을 수 없는 굴욕감을 느끼는 것이다
'아! 추하고 더러운 몸뚱어리 아버님이 돌아가신 지 겨우 한 달! 거친 바람이 어머니의
뺨을 스쳐가는 것도 못 마땅히 여기시던 끔직한 사랑이었건만 그런 사랑을 주던 왕의 시체가
썩기도 전에 이 지경이 되고 말다니... 생각을 말자!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이니!
염치도 체면도 없는 조급한 마음 어쩌면 그렇게도 재빠르게 음탕의 자리로 달려간단
말인가? 저리도 곱고 우아한 왕비의 속이 매춘부의 그것과 무엇아 다르랴 그러나 가슴이
터져도 입을 다물어야 해!'
이 때 호레이쇼 마셀러스 버나드가 햄릿을 찾아와 간밤의 이야기를 하였다. 이야기를 듣는
햄릿은 긴장하여 심상치 않게 생각한다
"설령 지옥이 입을 벌려 침묵을 지키라고 명령한다 해도 나는 기어코 그 혼령에게 말을 걸
어 보겠다. 그리고 자네들은 오늘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아무 말도 입 밖에 내지는
말게 나는 혼령이 선친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기어코 말을 걸어 보겠다. 오늘 밤엔 나도
말루에 가 보겠네 비밀을 지키게"
세 사람은 햄릿에게 맹세를 하였다
'아버지의 혼령이 무장을 하고 나타났다? 심상치 않은데! 무슨 흉계가 있나보다. 어서
밤이 됐으면! 그 때까지만 참자 서두르지 말고 온 세상이 덮어 둔다 해도 나쁜 일이란
머리를 쳐들고 사람들 눈앞에 나타나지 말지니'
클로디어스 왕의 심복인 폴로니어스에게는 레아티즈와 오필리아 남매가 있었다. 아버지에
비해 레아티즈는 장부답고 오필리아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더구나 오필리아의 끝없이
청초한 미모는 일찍부터 햄릿의 가슴 속에 사랑의 불꽃을 심었다. 레아티즈는 프랑스 유학 도
중 클로디어스 왕의 대관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귀국하였다가 다시 프랑스로 떠나게 되었다.
그는 사랑하는 여동생에게 햄릿과의 교제는 삼가하라는 충고를 한다
"햄릿이 너에게 호의를 표시한다지만 그건 다 한때의 기분이니 조심하여라 방춘 가절의 한
떨기 꽃이라 오래가지 못하면 향기가 달콤하나 계속되지 못한다. 왕자의 지위니 만큼
지금은 너를 사랑할지 모르지만 그가 누구를 배필로 정하느냐는 덴마크 국민이 정하게 되는
법이다. 그러니 그의 고백을 너무 귀담아 듣거나 매혹되어서는 안 된다. 알겠니? 오필리아
사랑하는 동생 내 말을 명심하겠지?"
"오라버니 말씀은 제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잠갔으니 열쇠는 오라버니께서 맡으세요"
아들을 떠나보낸 폴로니어스도 역시 오필리아에게 햄릿을 조심하라고 훈계했다. 순종과
정숙의 미덕을 간직한 오필리아는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말을 가슴 깊이 새기려 하면서도
햄릿의 사랑이 결코 허위가 아님을 느끼고 있었다
그날 밤 성 위의 망루는 바람이 세고 참을 수 없는 한기가 들었다. 햄릿과 호레이쇼
그리고 마셀러스는 혼령이 나타나기를 초조히 기다리고 있었다. 궁성 안에서는 왕의 즉위를
축하하는 주연이 한창이라 밤새 가무의 환성이 그치질 않았다.
자정이 넘은 시각 혼령이 나타났다. 햄릿은 무서움도 잊고 혼령을 향해 소리쳤다
"그대가 천당에서 내려왔건 지옥에서 솟았건 나는 그대를 나의 왕 나의 아버님이라
부르리라 당신을 격식에 따라 땅 속에 묻은 것을 이 눈으로 보았건만 당신은 무엇 때문에
수의를 찢고 나타났습니까? 어서 말씀하여 주십시오. 죽어 시체가 된 당신이 또다시 무장을
하고 그믐달도 어스름한 이 밤을 찾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어서 말씀하십시오!"
"따라오라고 손짓을 합니다. 전하에게 따로 비밀 이야기라도 하려는 눈치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따라가야지!"
"안됩니다. 만일 저것이 전하를 바닷가로 꾀어내든가 무서운 낭떠러지 위로 이끌면
어쩌겠습니까? 안됩니다"
호레이쇼는 혼령을 따르려는 햄릿을 잡고 말렸다
"나의 운명이 나를 부른다. 그 소리를 들으니 전신의 힘줄이 사자처럼 솟아오르는구나!
나를 막는 자는 목을 베어 혼귀로 만들 테다. 썩 물러나라!"
햄릿은 날쌔게 혼령이 손짓하는 대로 따라갔다
혼령은 성벽 아래까지 갔다
"어디까지 가실 작정입니까? 말씀을 하십시오"
"이제는 내 시간이 거의 다됐다. 다시 지옥의 유황 고열의 업화 속에 시달릴 때가
왔다..."
"가엾기도 해라..."
"너는 나를 불쌍히 여기지 말고 이제부터 하려는 얘기를 명심하여 반드시 내 원수를
갚아야 하리라. 나는 너의 애비의 혼령이다.만일 네가 죽은 애비를 공경한다면, 인륜을
짓밟은 암살에 대하여 복수할 것을 잊지 말아라"
"암살?"
"그렇다.사람들은 내가 정원에서 낮잠을 자는 동안 독사에게 물려 죽은 줄로 믿고 있는 모
양이니 그것은 거짓말이다.네 애비의 목숨을 빼앗아 간 독사는 지금 머리에 왕관을 쓰고 있
는 바로 그 자니라!"
"아! 아버님, 저의 예감은 역시 틀리지 않았군요"
"그렇다. 그뿐이랴? 그 놈은 왕비의 지조까지 정욕의 노예로 삼았다. 새벽 냄새가 풍겨 오
는 것 같으니 간단히 이야기하겠다. 나는 그 날도 예전과 같이 정원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그 때 네 숙부는 무서운 힘을 가진 독약을 나의 귀에 부었다. 그 독약은 삽시간에
내 육체를 수은이 돌 듯 돌았지 그것은 마치 젖에 초 한 방울을 떨어뜨린 것처럼 맑고
고요한 나의 피를 두부처럼 굳게 하니 나의 육체는 문둥이처럼 전신에 종기가 솟았고
보기에도 흉측스런 시체로 변하였다. 이리하여 생명도 왕관도 왕비도 친동생에게 빼앗기고
말았구나 네가 나의 아들이라면 보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게다. 그러나 아들아 네가 어떠한
수단으로 어머니는 하느님의 심판에 맡기고 가슴 속에 양심의 가책을 받게끔 내버려 두라
날이 새니 나는 가야 한다. 잘 있거라 부디 이 아비를 잊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