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이(伯夷), 숙제(叔齊)는 고죽군의 두 아들이다[기원전 1100 년 경].
[이들의 아버지인] 고죽군은 [둘 중] 아우인 숙제를 후계자로 세우려 하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매 숙제가 형인 백이에게 왕위를 양보하였다.
그러나 장자인 백이가
"아버지의 명령이니 어길 수 없다"고 하고 드디어 도피하였다.
숙제도 또한 임금이 되기를 좋아하지 않고 도피하였다.
그래서 나라 사람들이 가운데 아들을 임금으로 세웠다.
이에 백이, 숙제는
"들으니 서백 창[주나라의 문왕]은 늙은이를 잘 부양한다고 한다. 우리 어찌 그에게 가지 않겠는가?"
하고 서백에게로 갔다.
가보니 서백은 돌아가고,
그의 아들 무왕(武王)이 아버지의 신주를 수레에 싣고 문왕(文王)이라는 존호를 올리고서 동쪽으로 은나라의 주(紂)왕을 치려 하고 있었다.
백이와 숙제는 말고삐를 붙잡고 간하였다.
"아버지가 죽었는데도 장사도 지내지 않고 이에 전쟁을 일으키려 하니 효도라고 할 수 있는가. 신하인 제후로서 임금인 천자를 시해(弑害)하려고 하니 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는가."
무왕의 좌우에 있던 군사들이 그를 죽이려고 하자,
태공망 여상[강태공]이
"이 사람들은 의로운 사람이다."
하고 보내게 하였다.
무왕이 은나라의 어지러움을 평정하매 온 천하가 주나라를 종주국으로 받들었다.
그러나 백이, 숙제는 이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의를 지켜 주나라의 곡식을 먹지 않고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어 먹고 지냈다.
굶어서 죽게 되었을 때에 노래를 지었으니 그 가사는 이러하다.
저 산에 올라가
고사리를 캐네.
무왕은 포악한 방법으로 주왕의 포악함에 교대하였건만
그 잘못을 알지 못하네.
신농, 요순, 하우의 도가 홀연히 사라졌으니
내 어디로 가서 몸을 의탁할 것인가.
...
[공자의 논어(論語)에서는 중국의 가장 완벽한 왕으로 무왕의 아버지 문왕을 들고 있으며, 무왕도 거의 완벽한 왕으로 평가한다.
동일한 책에서 백이와 숙제도 완벽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서로 다른 개념을 가지고 있던 양쪽을 모두 다 옳은 사람들로 평가하였다는 것은 그 시대의 성숙하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말해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즉 무왕, 백이, 숙제가 다 옳은 것이다.]
[주 周
고대 중국의 왕조. 주(周)는 서주시대(西周時代, BC 11세기∼BC 771)와 동주시대(東周時代, BC771∼BC249)로 나누어지며,
동주시대는 대략 춘추전국시대에 해당된다.
전설에 따르면 주나라의 시조는 요(堯)임금을 섬겼던 후직(后稷)이라고 한다.
그 뒤 주족(周族)은 융적(戎狄) 사이에 섞여 살았고 공류(公劉) 때에는 빈(山西 또는 陝西省)에서 살았으며
고공단보(古公亶父;太王)에 이르러서 산시성〔陜西省〕의 지산〔岐山〕 땅(周原)에 도읍을 옮겼다.
이때부터 다음 왕인 계력(季歷;王季) 때에 걸쳐 주변의 여러 부족들을 정벌하고 발전하여
문왕(文王) 때에는 서백(西伯)이라 칭하여 새 도읍을 풍(豊;陝西省西安)에 세우고 은왕조(殷王朝)에 대항할 수 있는 세력으로 성장하였다.
다음의 무왕(武王)은 아버지의 뜻을 계승하여 여상(呂尙, 강태공) 등 제후를 거느리고 주왕을 쳐서 나라를 멸망시키고 호경(鎬京;陝西省西安)을 도읍으로 정해 주(周)왕조를 세웠다.]
어떤 이는 말한다. [아래는 사마천의 말이다.]
"하늘의 도는 친(親)하고 소원함이 없어, 항상 선인(善人)의 편에 있다".
백이와 숙제같은 이는 선인(善人)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혹은 그렇지 않은가?
어짊을 쌓고 행동을 깨끗하게 함이 이와 같았건만 그러고도 그들이 굶어죽다니!
또 공자는 70 명의 제자 가운데서 "안연(안회)은 학문을 좋아한다."고 칭찬하였다.
그러나 안회는 자주 끼니를 굶었으며 술 지게미나 겨밥 같은 악식(惡食)도 실컷 먹지 못하였다. 그리고 일찍 죽었다.
하늘이 선인(善人)에게 보답해 베풀어줌이 그 어찌 그러한가?
도척(그 시대의 유명한 강도)은 날마다 죄없는 사람을 죽이고, 사람의 생간을 회쳐 먹었다.
포악하고 패려하고 방자하여, 수천 명의 도당을 모아가지고 천하를 제멋대로 돌아다녔으나,
마침내 장수하여 목숨대로 살다가 죽었다. 이런 것은 그러한 사례 중에서 가장 크게 드러나고 명백한 것일 뿐이다.
근세의 사례를 살펴본다면 행동이 절제가 없어서 오로지 남이 꺼리고 싫어하는 악행(惡行)만을 일삼는데도
일평생을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며 부귀(富貴)가 여러 대를 두고 끊어지지 않는 자가 있다.
(그런가 하면) 혹 땅을 가려서 디디고 적합한 때를 기다려서 말을 하며,
큰길이 아니면 다니지 않고 공정한 일이 아니면 분발하지 않는데도
화난(禍難)과 재앙을 만나는 사람이 이루 다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나는 이런 사실에 대해서 미혹(迷惑)하고 있다.
소위 천도(天道)라는 것은 정말로 이런 것인지, 아닌지를.[천도 시야 비야(天道是也非也)]